Wednesday, August 13, 2014

한국 관련 믿을 만한 외신

외신이 한국에 대해 무슨 말을 하나 관심들이 많다. 국제적으로 한국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에 관심 갖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미국은 이걸 너무 안 해서 문제다.) 하지만 외신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문제다. 국제사회가 보고 있다는 중압감을 (상대편에) 발휘하고 싶고, 한국의 언론은 믿을 수 없다는 의식도 있기 때문에, "외신이 이랬더랜다"라는 전가의 보도가 휘둘려 지는 모습이 아주, 아주 자주 보인다.

외국 사는 입장에서 볼 때, 그 전가의 보도는 종종 우스꽝스러운 썩은 지푸라기다. 아무래도 한국에 사는 경우 어떤 외신은 공신력이 있고 어떤 외신은 "찌라시"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이유가 크다. 게다가 이름난 외신이라 하여 한국에 대해 잘 안다는 보장도 없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타임 (Time Magazine; 런던의 "타임즈"가 아니다) 이나 BBC가 한국에 대해 보도하는 모습은 아마추어 수준이다. 인상비평에 불과한 외신 기사를 들고 "세계 여론이 나의 견해에 동의한다"며 목청 높이는 것은 보기 민망할 정도다.

거의 대부분의 외신은 한국에 지국이나 상주 특파원이 없고, 홍콩이나 일본에 위치한 "아시아 특파원"이 한국 뉴스까지 커버한다. 이러한 "아시아 특파원"들은 한국어를 구사할 수도 없고 한국에 별다른 인적 네트워크도 없기 때문에, 한국에서 나오는 영자지와 한국에 대하여 쓰는 영어 블로그에 기반하여 기사를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 블로그 AAK!의 내용이 약간만 바뀌어 기사화된 경우도 많다. 링크라도 걸어주면 양반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외신은 한국에 상주하는 프리랜서 기자들에게 많이 의존한다. 한국에서 뉴스거리가 나오면 급히 프리랜서 기자들에게 연락해서 기사를 만들어 내어 싣는 형식이다. 문제는 외신 편집부는 대부분 한국에 대해 상당히 기본적인 배경도 없기 때문에 좋은 기사, 기고를 부실한 기사, 기고와 구분할 역량이 없다는 것이다. 즉 이를테면 프리랜서가 CNN의 명패를 달고 기사를 내었다 하여 일반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CNN 수준의 기사가 나오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도저히 기자 단위로 찾아읽을 여력이 없다면, 뉴욕 타임즈, 월 스트리트 저널, 이코노미스트와 파이낸셜 타임즈를 추천한다. 이 네 군데 신문/잡지는 한국에 상주하는 특파원이나 한국 지국이 있고, 때문에 한국에 대한 기사의 질이 다른 외신에 비해 월등히 높다. 다루는 정보나 논평의 깊이가 한국 국내 언론에 뒤지지 않는다. 특히 한국 관련 뉴스만 다루는 블로그를 개설한 WSJ의 최근 약진은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외신의 한계 때문에, 한국 관련 외신 뉴스는 기자 단위로 신뢰도를 부여하는 것이 옳다. 개인적으로 한국 관련 뉴스에 대해 내가 가장 신뢰하는 기자들과 그들의 소속은 다음과 같다:

- Choe Sang-hun [최상훈]:  뉴욕 타임즈 한국 특파원
- Alastair Gale:  WSJ 한국 지국장
- 그 외 WSJ의 Korea Real Time 블로그 소속 정규 기자 전원. (외부 기고인들은 제외.)
- Simon Mundy:  파이낸셜 타임즈 한국 특파원
- Geoffrey Cain:  프리랜서. 주로 Global Post에 가장 자주 등장.
- James Pearson:  로이터 한국 특파원

그 외 더 있으나 지금 당장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이 날 때마다 때때로 목록에 추가하겠다. 이코노미스트는 원칙적으로 개인 기자 이름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참조 바란다.

첨언 1 - 1980-90년대의 기억이 남아서인지, 타임紙를 정론지로 여기고 많은 신뢰를 부여하는 경우가 잦다. 유통기한이 지난 인식이다. 타임은 아시아를 커버할 능력을 잃은 지 오래며, 다른 뉴스에서도 미국 여론을 선도할 역량을 잃은 지 최소한 10년은 지났다. 여론선도력이 뛰어난 미국 언론사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트에서 설명하겠다.

첨언 2 - 한국에서 "외신이 이렇게 보도했다"며 강한 정치적 주장이 뒤따르는 경우, 가급적 원문을 읽어볼 것을 강력하게 권유한다. 억지스런 번역 혹은 노골적인 오역으로 아전인수격 주장을 하는 경우가 너무 많으며, 심지어 대형 언론사도 종종 이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 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