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 이후 지금까지 자주 보이는 한탄이다. 오늘 읽은 신문 칼럼에도 이 표현이 보인다: "과연 이게 나라인가. 어이없고 기초도 기본도 무시된 유병언 수사, 반성도 개선도 없는 국회, 그리고 여전히 부정과 비리에 둔감한 사람들."
조금 의아하다. 세월호 사건은 물론 비통하다. 윤 일병 구타살인, 임 병장 총기난사 사건 또한 공분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그 비통함과 공분이 왜 "이게 나라인가"라는 한탄으로 표출되는지는 이해할 수 없다.
세월호 사건이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일어난 대형사고는 아니다. 1995년, 삼풍백화점이 끔찍하다 못해 우스울 정도로 붕괴되었던 모습을 나는 똑똑히 기억한다. 그때의 사망자는 500명이 넘었다. 당시에 떠돌던, 잔해의 묻혀있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한참동안 들렸다가 하나씩하나씩 사그라들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세월호 안에서 찍은 동영상을 보는 것만큼이나 안타깝고 속을 태운다. 그 큰 고급백화점 건물이 붕괴까지 이르게한 구태와 무능은 세월호 사건을 일어나게한 구태와 무능에 조금도 뒤처지지 않는다.
그 약간 전에는 성수대교 붕괴가 있었고, 같은 해에는 100명이 넘게 사망한 대구 상안동 가스폭발 사건이 있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방화에서는 200명 넘게 사망, 실종했다. 구태와 무능은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세월호와 비슷한 규모의 사건이 일어났던 당시엔 국가의 기본적 기능을 의심하는 반응이 지금처럼 성행하진 않았다.
작금의 한탄은 끔찍한 사건 직후에 나올 수도 있는 감정적인 반응이라 보기도 어렵다. 세월호 사건 직후 한겨레가 대문짝만하게 "이것이 국가인가"라는 표제를 단 주간지를 내놓았을 때, 살짝 과하지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워낙 충격적인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지 100일이 가까워가는 지금까지도 "이게 나라인가"라고 자문하는 이유는 알 수 없다. 슬퍼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세월호 사건이 다른 거대 사고와 무엇이 다르기에 이런 반응이 나오는지, 왜 슬픔을 넘어선 절망을 고집하는지, 이렇게 절망하는 것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