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혼재하는 공동체의 경우, 종교와 시민사회는 어떤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가? 크게 미국 모델과 프랑스 모델이 있다고 생각하며, 두 모델의 차이는 종교와 시민사회 중 어느 쪽에 우선순위를 두느냐에 있다.
(모든 모델이 그러하듯이 아래 모델들은 몇 단계의 추상화를 거쳐 나온 결과이며, 현실은 모델과 방향성은 같으나 일치하진 않는다.)
미국 모델은 위와 같다. 여러 종교 (작은 원)들이 중앙에 모여 시민사회를 형성한다. 일종의 종교 공화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미국은 여러 개의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종교의 자유를 위해 세워진 나라이다. ("다 기독교 아냐?"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18세기 유럽인들의 관점에선 퀘어커교와 영국 국교회 사이에는 엄청난 거리감이 있다.) 심지어 몇몇 주는 *오직* 종교의 자유만을 위해 세워진 것을 감안하면 (이를테면 펜실베니아는 퀘이커교도들이 설립한 주), 위의 형태가 나타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런 역사적 결과물이다.
반면 프랑스 모델은 아래와 같다.
프랑스의 시민사회는 기존 프랑스 사회를 지배하던 천주교에 대한 의식적 저항에서 발생하였기 때문에, 종교의 영향을 거부한 세속적 사상 (laicite)에 기반하여 작동한다. 이 형태 또한 프랑스의 역사적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이 두 모델의 주요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미국은 여러 개의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종교의 자유를 위해 세워진 나라이다. ("다 기독교 아냐?"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18세기 유럽인들의 관점에선 퀘어커교와 영국 국교회 사이에는 엄청난 거리감이 있다.) 심지어 몇몇 주는 *오직* 종교의 자유만을 위해 세워진 것을 감안하면 (이를테면 펜실베니아는 퀘이커교도들이 설립한 주), 위의 형태가 나타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런 역사적 결과물이다.
반면 프랑스 모델은 아래와 같다.
프랑스의 시민사회는 기존 프랑스 사회를 지배하던 천주교에 대한 의식적 저항에서 발생하였기 때문에, 종교의 영향을 거부한 세속적 사상 (laicite)에 기반하여 작동한다. 이 형태 또한 프랑스의 역사적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이 두 모델의 주요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 미국의 시민사회는 중심이 비어있다. 다양한 종교의 공약수로 형성된 시민사회이기 때문에, 미국의 시민사회는 자체적인 동력이 없다. 그러므로 미국의 시민사회는 흰색으로 처리했다.
- 프랑스의 시민사회의 중심은 세속주의며, 이것은 자체적인 동력이다. 그러므로 프랑스의 시민사회는 독자적 색깔이 있다.
- 궁극적으로 보면 미국에선 무신론자는 시민사회에 참여할 수 없다. 필수적인 공약수 중 하나 (신의 존재에 대한 긍정)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 궁극적으로 보면 프랑스에선 종교인은 시민사회에 참여할 수 없다. 시민사회의 중심동력인 세속주의와 배치되기 때문이다.
- 미국의 시민사회는 수축의 압력을 받는다. (화살표 방향 참조) 공약수의 크기에는 최대 한계치가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미국의 공공영역은 제한되어 있으며, 공공영역 내에서 일어나는 행동은 계약과 거래의 양상을 띤다.
- 프랑스의 시민사회는 팽창의 압력을 받는다. 만인의 이성적 사고의 기반한(다고 생각하는) 세속주의에는 스스로의 범위를 제한하는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때문의 프랑스의 공공영역은 미국의 공공영역보다 비대하며 (도면의 크기 참조), 공공영역 내에서 일어나는 행동은 하나의 이상을 향한 자기 혁신의 양상을 띤다.
- 미국은 시민사회를 지탱하는 공약수를 건드리지만 않으면 종교 공동체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 무관심하다. 이를테면 유대인 여성은 남편의 허락을 받지 않는 경우 유대교가 인정하는 이혼을 할 수 없지만, 미국 법원은 이에 개입하지 않는다.
- 프랑스는 종교의 사회적인 측면을 배제하고 시민사회 자체의 동력으로 대체한다. 특정 종교가 시민사회 자체의 동력과 크게 유사한 경우 (이를테면 천주교) 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이 대체 과정은 매우 지난하다.
- 미국은 새로운 종교를 흡수하기 쉽다. 최소의 공약수만 받아들이면 바로 시민사회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무슬림은 유럽의 무슬림에 비해 훨씬 더 빨리 주류사회에 동화된다. 타종교에 대한 차별과 적대는 공약수를 받아들이지 않는 선에서만 이루어진다.
- 프랑스는 새로운 종교를 흡수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종교의 사회적 부분을 시민사회에 완전히 내놓은 다음에야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고, 새로 진입하는 종교에게 이는 지나치게 값비싼 거래이다. 프랑스 시민사회 형성기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종교 (=천주교) 정도만이 이러한 거래를 할 역량이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모든 새로운 종교는 차별과 적대를 받는다.